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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자가 있어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롭게 즐기더라 그런데 나사로라 이름하는 한 거지가 헌데 투성이로 그의 대문 앞에 버려진 채 그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불리려 하매 심지어 개들이 와서 그 헌데를 핥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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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묵상하고 있는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돈을 사랑하는 바리새인들에게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를 들려주심으로써 그들의 이기심을 드러내시고, 참된 율법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도전하십니다. 묵상하는 가운데 ‘대문’이라는 단어에 눈이 오래 머뭅니다.

분명 나사로는 오랫동안 부자의 대문 앞에 버려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자는 수없이 대문을 드나들었을 겁니다. 모를 수도, 못볼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나사로를 보고도 먹을 것을 주지 않습니다. 그를 집 안으로 들여 상처를 돌봐주기도 거부합니다. 자기 집 대문 앞에 있는 연약한 자를 못 본 채, 모른 채 합니다. 결국 그는 지옥에서 형벌을 받습니다. 부자가 지옥에 간 이유는 재물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대문을 무시한 까닭입니다.

“대문 앞에 축복이 있습니다.”

“우리 집 대문을 거쳐가는 소자가 축복의 통로입니다.”

오늘도 저희 집 대문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아침마다 부지런히 거리를 쓰시는 아주머니, 훌쩍 자라버린 나무의 가지를 다듬으시는 아저씨, 씽씽카를 타고 지나가는 어린이, 저녁마다 지팡이를 짚고 산책하시는 할머니 등등. 그분들 모두가 저의 축복의 통로입니다. 제가 전하는 인사 한마디, 아이스크림 하나, 작은 과자 한 조각, 따뜻한 미소는 되레 제게 돌아오는 축복입니다. 오늘도 대문을 소홀히 여기지 않아야겠습니다. 내일도 대문을 늘 주시해야겠습니다. 최소한 제 대문 앞에는 나사로가 없어야겠습니다.

끄다으나!(정말 더워요!)

저희 가정에 허락하신 선교지, C국에서의 삶도 만 5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갑니다. 왠지 선교지에서의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3월이 되니 참 덥습니다. 연일 35°C나 되는 뜨거운 날씨가 좀처럼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밖에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히고 하루에도 두세 번씩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합니다. 거리에는 걸어다니시는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차가 없는 터라 걸어서, 툭툭을 타고 잠시라도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는 거실에 대자로 누워 잠시 쉬어야 다음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더위입니다. 주변 분들에게 너무 덥다고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말합니다. "아직 더위는 시작되지 않았어!" 4월에는 기온이 40°C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말하고 듣고 싶어요!

'꺼ក/커ខ/꼬គ/코ឃ/응오ង(크메르어의 알파벳)'였던 수준에서 이제는 기본 문장을 말하고 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박진문/이자영 선교사는 4단계의 언어 과정 중에 2단계 과정을 마쳤습니다. 크메르 자판을 치는 방법을 배워 개인적으로 단어장을 만들어서 열심히 보고 외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 쉽지 않습니다. 질문은 할 수 있으나 답을 알아듣지는 못하고, 때로는 열심히 말했는데도 상대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웃픈' 상황도 경험합니다. 그럴 때마다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꾸준히/열심히/포기하지 않고 언어공부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학교만 다녔는데, 개인 튜터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을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주변에 좋은 튜터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튜터가 잘 구해지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크메르어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이들을 사랑하시는지, 그리고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싶습니다. 이들의 아픔과 상처, 고민과 필요를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고, 기도해주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해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초임 선교사인 저희는 언어를 통해 C국의 문화와 정서를 배워가는 동시에 몇몇 모임을 통해서도 C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공부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집 근처에 '문화와 선교 연구소'라는 단체가 있어 그곳에서 열리는 한 달에 한 번의 공개강좌, 매주의 독서 모임에 참석해서 C국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두 모임이 저희들에게 큰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매월 진행되는 공개강좌는 한 주제를 두 달에 걸쳐 다룹니다. 한 달은 내부인(크메르인)의 입장에서, 한 달은 외부인(한국인)의 관점에서 주제를 다루어 상당히 유익합니다. 지금까지 C국의 종교/경제/의료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4월의 주제는 의료이고, 5월의 주제는 교육입니다. 관심 있는 주제라 기대가 많이 됩니다.

독서 모임은 매주 진행되는데, C국에 대해 쓰인 여러 책들을 읽고, 발제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C국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C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깊이 알게 되는 시간이라 저희들에게 참 소중합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이 모임은 반드시 참석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공개강좌/독서 모임을 통해 C국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더불어 이 모임을 통해 C국의 여러 필요를 발견하고 사역을 준비 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우리 만남은 섭리야! 은혜야!

5개월 동안 참 많은 만남들이 저희 가정에 허락되었습니다. C국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과정 중의 이 모든 만남들이 하나님의 예비하심이요,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는 C국에는 바울선교회의 선교사님들 4가정이 먼저 와 뿌리 내리고 계십니다. 학교사역을 하시는 분, 교회 사역을 하시는 분, 앞으로의 사역을 준비하시는 분 등, 선배 선교사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C국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C국에 먼저 오신 이 분들의 삶과 사역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게는 큰 감동이고 도전입니다. “진짜 이런 일이 가능해?”하는 감탄이 쏟아져 나오는 경험들이 저희를 전율케 합니다. 설레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 저희도 사용하셔서 놀라운 일을 행하시길 기대합니다.

또한 이곳에는 파송교회에서 파송한 또 다른 가정도, 박진문 선교사의 신학 대학원 동기도, 박진문 선교사의 중고등학교시절 전도사님도, 이자영 선교사 선배의 친구도 선교사로 와 있습니다. 그들이 밥먹자고, 어려운 일 없냐고, 도와 줄 것 없냐고 하실 때마다 든든함과 넉넉함을 느낍니다. 낯선 땅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